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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얘기

“당신의 종교는 무엇이요?”

새로운 십자군 전쟁의 시대

“당신의 종교는 정말 무엇이요?”


누군가 당신 종교가 뭐냐고 물어보면 천주교라고 답한다. 형식적이다. 다시 대답한다. 그건 어려서부터 세례 받게 된 집안 종교고 나의 종교는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꾼이냐고 비야냥댈 수도 있겠으나 그 정도 감수할 준비는 돼 있다. 대부분의 종교는 사랑에서부터 싹 트게 됐다는 확신이 있으니 말이다. 


글 / 구성은 달팽이쿱 상임대표


옛날 얘기 좀 해볼까 한다. 초등학교 3학년 시골에 내려와서 살 때 서울에서 큰 이모가 놀러오셨다. 내 생각으로는 놀러왔다기보다 전교하러 온 게 틀림없다. 어머니도 일주일에 걸친 이모의 천주교 예찬에 그대로 녹아들어 그때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 역시 어머니 따라 어려서부터 성당을 오고갔다. 엄마가 성당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서울에 있던 친척부터 할머니까지 모두 가톨릭 집안으로 바뀌었다.

그때부터였다. 험난한 기도 생활의 시작이…. 어린 나이에 안 그래도 상당히 활발한 성격이었는데 집에 갇혀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무릎 꿇고 기도했다. 어느 때는 어머니가 ‘필’ 받으면 2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있다. 저녁마다 했던 ‘묵주의 기도’. 힘들기만 하다. 다리가 저리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어머니는 눈물까지 보이며 기도에 열중한다.  

그렇게 7~8년을 하루 2시간 이상씩 매일 기도했다. 어린 마음에도 간간히 아동학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외우는 기도에 뭔가 짜증부터 앞섰다. 그냥 자유롭게 하고 싶은 기도를 하면 안 되나 싶었다. 


사람의 아들을 만나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집과 떨어져 하숙을 시작했다. 혼자 생활을 하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건 매일 하던 기도를 안 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엄마는 거의 매일 하숙집으로 전화해서 공부보다 기도하라는 얘기만 하신다. 대답만 ‘알았다’고 할뿐 나의 기도는 그때부터 멈췄다. 정확히는 외우는 기도를 멈췄다. 지금까지.


고등학교 때는 책도 많이 봤다. 특히 종교적으로는 이문열의 저서 ‘사람의 아들’은 가히 충격이었다. ‘사람의 아들’ 책 내용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예수와 동시대를 살아간 어느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예수보다 더 진정한 사람의 아들로 살아간 사람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예수와 또 다른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신이 아닌 사람에 가까운 인물로 그려낸 것도 충격이다.  


그 책을 통해 예수라는 인물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거의 어린 시절 대부분 그 분의 이름을 찬송하는 기도만 올렸는데 불경도 이런 불경이 없다. 엄마 볼 면목도 없다. 

그때부터 맹목적인 종교관에 대해 거리를 두게 됐다. 예수도 결국 사람의 아들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뭐 매일 기도하는 것에서 벗어난 것도 한몫 했겠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종교전쟁의 허상

2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람의 아들은 신중의 슈퍼스타로 떠올랐고 무조건적인 맹목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 물론 예수의 교리는 훌륭하고 존경스런 얘기지만 어쨌든 후세의 잘못된 교리 해석으로 종교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아직도 종교전쟁은 진행 중이다. 유일신은 언제나 또 다른 유일신을 인정하지 않으며 충돌을 예고한다. 


종교의 역사를 따라가보니 가톨릭이나 이슬람의 교리를 비교해보면 비슷한 부분이 많다. 형제교라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이슬람 교리가 가톨릭 교리를 어느 정도 흡수했다는 설도 있다. 근본적인 교리만 가지고는 싸울 일도 없을 텐데 종교적 대립은 수천 년 간 대량 살상을 야기하는 씨앗이 됐다. 


과거 11세기부터 시작된 십자군 전쟁은 가톨릭 국가에서 볼 때 ‘성전’이었지만 이슬람이나 다른 국가에서는 약탈과 일방적 살상으로 받아들여졌다. 나만이 옳은 믿음을 가졌다는 인간의 이기심과 비상식이 가져온 결과는 전쟁의 대량 학살로 이어졌다. 


현재도 이런 종교적 갈등에서 시작된 비상식의 논리는 이슬람 국가를 고립시켜 전세계적인 테러 위협으로까지 번졌다. 이슬람국가(IS)라는 테러 단체는 얼마 전 근대 민주주의 혁명의 성지인 ‘파리’에서 무차별 살상까지 저질렀다. 단순히 종교적 이유로만 이런 극악한 짓을 저지르진 않았겠으나 역사적인 발단은 무시할 수 없으리라 본다. 무슬림이 흘린 피에 대한 복수를 내세우는 그들의 섬뜩함은 무장 이슬람 세력이 쉽게 끝나지 않을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고 있음을 알린다. 잘못된 종교관의 폐해는 이제 인류의 새로운 적이 되고 있다. 

      

사랑만이 나의 종교다

그냥 상상해 보건데 예수와 마호메트는 같은 종교의 뿌리를 둔 인물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다. 지역과 인종이 달라 언어나 생활풍습에 맞춰 다른 인물로 만들어졌을 뿐이지 어쩌면 같은 종교이거나 비슷한 사상을 가졌던 인물들이지 않았을까. 


예수와 마호메트가 나오기 500년 앞서 석가모니가 불교를 창시했다. 또 오지랖을 넓혀보면 석가모니 역시 같은 사상의 태생이지 않나 싶다. 너무 종교적으로 큰 불경인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예수와 마호메트, 석가모니가 함께 얘기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니…. 근데 활동시기 연도를 검색해보니 서로 만났을 리는 없었던 것 같다. 석가모니와 예수, 마호메트는 각각 500년의 차이를 두고 탄생했으니 말이다. 


어느 저명한 종교학자는 모든 종교의 교리와 사상을 연구하고 비교 분석한 후 남은 것은 ‘사랑’뿐이라고 했다. 불교, 가톨릭, 이슬람 역시 근본적으로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교리를 무시하고 서로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니 이 또한 교리를 무시한 불경 아닌가.

그럼 지금 나의 종교는? 그래도 천주교라고 답한다. 어린 시절 기도했던 세월이 아까워서라도. 한 번 더 물어본다면 ‘사랑’만이 나의 종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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